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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첫 새벽 눈眼 거울鏡로 세상을 바라봅니다어렸을 때 새벽까지 TV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화면이 지지직 끊기곤 했습니다. 방송이 끝난 채널을 가득 채우던 그 백색 잡음 안에는, 138억 년 전 우주의 첫 새벽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지난 글 별을 바라본 부스러기 에서 우주의 새벽을 알린 사건에 대해 적었습니다.그때 우주 전체에서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폭죽 터지듯 갇혀 있던 빛들이 한꺼번에 풀려나게 됩니다. 이것은 138억 년 전 우주가 처음으로 투명해진 그 새벽의 빛, 우주배경복사(CMB) 입니다.138억 년 전에 한꺼번에 풀려난 빛이 어떻게 지금 우리에게, 그것도 매일 머리 위에 도달하는가. 오늘은 그 한 문장을 한 챕터로 펼쳐 봅니다. 한 점에서 시작한 우주빅뱅을 떠올릴 때 흔히 그리는 이미지는 어딘가 빈.. 2026. 6. 6.
안경은 가장 작은 거울이다 : 안경의 어원과 거울의 인류사 눈眼 거울鏡로 세상을 바라봅니다안경원에 들어선 손님이 완성된 안경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 고객님은 현재 두 개의 거울을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눈앞에 큰 거울과 눈앞에 막 걸린 작은 거울 하나.저는 안경원에 몸 담은지 한참이 지나서야, 안경(眼鏡)이라는 글자가 "눈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두 글자가 품은 4천 년안경의 안(眼)은 눈을, 경(鏡)은 빛을 매개하는 도구를 뜻합니다. 한자권에서 거울 경(鏡)은 거울만이 아니라 빛을 반사하거나 굴절시키는 광학 도구 전반을 가리키는 단어였습니다. 망원경, 현미경, 그리고 안경. 모두 같은 鏡 자를 씁니다.동양은 안경을 부를 때 그 본질이 빛을 다루는 도구라는 점에 먼저 주목했습니다. 서양이 안경을 spectacl.. 2026. 5. 26.
별을 바라본 부스러기 오늘은 잠시 도심에서 벗어나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해가져도 빛나는 도시에선 보이지 않던 밤하늘의 별들이 제법 보입니다. 제가 바라보는 저 별을 보며 오만가지 상상을 했을 고대 인류도 한번 상상해 봅니다.오늘 하루는 어땠니? 혹은 저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은 우리에게 어떤 길을 비춰주려 하는 걸까? 하고 말이죠. 1676년 11월의 강연장1676년 11월, 파리 과학아카데미의 어느 강연장에 올레 뢰머라는 덴마크의 천문학자가 앞에 섰습니다.뢰머는 그 무렵 목성의 위성 이오가 가려졌다 나타나는 시간을 몇 년 동안 기록하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지구가 목성에 가까워질 때 이오는 예정보다 빨리 나타났고, 멀어질 때는 늦게 나타났습니다. 그 차이가 늘 비슷한 양으로 일어났으며.. 2026. 5. 22.
우리 뇌가 만들어낸 색상에 관하여 눈眼 거울鏡로 세상을 바라봅니다여행도 휴양지만 가는 제가 살갗이 타들어가는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국입니다.다양한 색이 있지만 저는 파란색과 보라색이 언뜻언뜻 섞여 있는 수국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같은 수국이라도, 흙의 산도에 따라 파랑·보라·분홍으로 색이 바뀝니다. 신기)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만나게 되는 걸까요?이번 글은 우리 뇌가 만들어낸 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두가지 보라색 누구나 다 알고 있듯 무지개에는 빨주노초파남보가 있습니다. 마지막의 보라색을 우리는 violet이라고 부릅니다.그런데 이 보라색에는 또 다른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magenta입니다. 무지개는 빛이 한 줄로 펼쳐진 모습입니다. 빨간색 한 줄, 주황색 한 줄, 노란색.. 2026. 5. 16.
유독 초록색이 편안해 보이는 이유 : 30만년의 기억 눈眼 거울鏡로 세상을 바라봅니다봄바람이 지나갑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한결 차분해지는 걸 알 수 있죠.30대가 지나가니 이상하게도 저는 그렇더라구요.한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는 저 나뭇잎은 어쩌다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자연은 초록색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초록색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35억 년이라는 시간 35억 년 전, 어느 날 바다에서 작은 미생물들이 쿰척쿰척 빛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햇빛을 받아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광합성의 시작입니다.처음 광합성을 시도했던 미생물들 중에는 지표면에서 광량이 가장 많은 초록색빛을 흡수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바다는 지금처럼 푸른빛이 아니라 보.. 2026. 5. 8.
벌이 보는 꽃은 다르다 : 우리가 보지 못하는 꽃의 비밀 눈眼 거울鏡로 세상을 바라봅니다길가를 거닐다보면 고개를 빼꼼내민 노란 민들레를 보신적 있으실겁니다. 우리에겐 그저 노란색의 꽃처럼 보이겠지만 벌의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른 색상을 가지게 됩니다. 꽃잎 가운데에 십자로 그려진 어두운 무늬, 마치 여기가 종착지라고 적힌 활주로 표시 같은 패턴이 보일테니 말이죠식물학자들은 이걸 honey guide(꿀 안내선)라고 부릅니다. 꽃이 수억 년에 걸쳐 수분 매개자에게 보내는 시그널이죠. 그리고 그 매개자는 바로 벌·나비·새입니다.우리는 그 신호의 수신자가 아니기에 같은 꽃이라도 다른색으로 보이게 됩니다.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색을 만드는 옵신차이의 정체를 이해하려면 눈 속에 들어 있는 분자 옵신(Opsin)입니다.옵신은 빛을 감지하는 단.. 2026. 5. 3.